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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1 · 임채린 (책임연구원)

세대별 디지털 활용은 왜 역량에서 갈리나, 70대 생성형 AI 0.7% 시대의 3층 격차와 세대가 서로 배우는 생활 4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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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디지털 활용은 왜 기기가 아니라 역량에서 갈릴까요?

세대별 디지털 활용 격차의 출발점은 스마트폰 보유 여부가 아니라 역량 점수입니다. 2025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 고령층의 디지털 접근 수준은 일반 국민의 95.4%까지 올라왔지만, 역량 수준은 56.2%에 머물렀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20대의 역량 점수는 139.85, 70대 이상은 26.85로 다섯 배 넘게 벌어졌고요. 60세 이상의 모바일 기기 보유율은 91.8%입니다. 기기는 이미 모두의 손에 있고, 갈리는 것은 그 기기로 무엇을 어디까지 해내는가입니다. 그리고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이 격차는 다시 한 번 벌어지고 있습니다.

목차

같은 앱을 쓰는데 왜 결과가 다를까: 3대가 한 식탁에서 배달앱을 켠 날

디지털생활연구소(DLRC, Digital Life Research Center)에서 세대별 디지털 활용 실태를 들여다볼 때, 설문지보다 먼저 한 일이 있습니다. 조사원이 참여 가구에 방문해 같은 과제를 세 세대에게 동시에 주고 화면을 녹화하는 방식이었는데요. 과제는 단순했습니다. "지금 앉은 자리에서 저녁을 배달로 시키되, 쿠폰을 찾아서 가장 싸게 결제해 보세요."

스물여섯 살 손녀는 47초가 걸렸습니다. 앱을 켜자마자 상단 쿠폰함을 누르고, 다운로드 버튼을 연속으로 세 번 탭한 뒤, 결제 화면에서 카드사 청구할인까지 바꿔 끼웠습니다. 쉰네 살 아버지는 4분 12초. 메뉴는 금방 골랐지만 쿠폰함의 위치를 찾지 못해 화면 하단 탭을 세 번 왕복했고, 결국 "쿠폰"이라는 글자를 검색창에 직접 입력했습니다. 일흔한 살 할머니는 11분이 지나도 결제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주문 자체는 하셨습니다. 다만 최소 주문 금액을 채우려고 필요 없는 사이드 메뉴를 추가했고, 쿠폰은 끝까지 쓰지 못했으며, 배달비 3,500원을 그대로 냈습니다.

같은 앱, 같은 저녁, 같은 가게였는데 최종 결제액은 9,800원 차이가 났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할머니가 "앱을 못 쓴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할머니는 앱을 켰고, 가게를 찾았고, 주문을 완료했습니다. 접근과 기본 이용은 됐습니다. 갈린 것은 그 다음 층, 그러니까 혜택을 찾아내고 조건을 비교해 손해를 줄이는 능력이었습니다. 조사 현장에서 이런 장면을 반복해서 볼수 있었습니다. 격차는 "쓰느냐 못 쓰느냐"가 아니라 "같은 서비스에서 얼마를 더 내느냐"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올 때 할머니가 한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나는 이거 쓸 줄 아는데." 맞는 말씀이었습니다. 쓸 줄 아셨습니다. 다만 그 안에 숨어 있는 할인 구조를 읽어 낼 도구가 없었을 뿐입니다. 세대별 디지털 활용 격차를 "못 쓰는 사람"의 문제로 부르는 순간, 정작 해결해야 할 지점을 놓치게 됩니다.

세대별 디지털 활용, 숫자로 보면 어디서 갈라지나

한 줄로 요약하면, 보유율은 거의 같아졌고 역량은 여전히 다섯 배 차이가 납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는 일반 국민의 수준을 100으로 놓고 계층별 점수를 매깁니다. 2025년 조사에서 고령층의 종합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71.8%였습니다. 문제는 이 숫자를 뜯어보면 층마다 표정이 완전히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구분접근 수준역량 수준비고
고령층 종합95.4%56.2%기기는 있으나 활용이 따라오지 못함
60대79.3%종합 이용률 기준
70대 이상51.4%종합 이용률 기준
20대 역량 점수139.85평균 100 대비
70대 이상 역량 점수26.8520대의 약 5분의 1

60세 이상의 모바일 기기 보유율은 91.8%입니다. 기기 보급이라는 오래된 과제는 사실상 끝났습니다. 그런데 역량 점수는 20대 139.85 대 70대 이상 26.85로, 다섯 배가 넘습니다. 이 숫자가 뜻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정책이 스마트폰을 더 나눠 주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격차는 통계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경인매일 보도에 따르면 음식 주문, 병원 접수, 은행 업무가 차례로 비대면으로 옮겨 가면서 고령층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쓰고 있습니다. 앞서 본 9,800원은 한 끼의 이야기였지만, 이게 1년 치로 쌓이면 규모가 달라집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면, 이 격차는 도시와 지역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은행 점포가 남아 있는 동네와 지점이 모두 철수한 동네에서 같은 나이의 어르신이 겪는 불편은 전혀 다른 크기입니다. 디지털 전환이 빠른 지역일수록 오프라인 대안이 먼저 사라지기 때문에, 역량이 같아도 체감하는 압박은 더 큽니다.

접근·역량·활용은 서로 다른 층입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디지털 격차는 하나의 선이 아니라 세 개의 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1층은 접근입니다. 기기를 갖고 있는가, 인터넷에 연결되는가입니다. 이 층에서 세대 차이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91.8%라는 보유율이 그 증거고요.

2층은 역량입니다. 기기로 무엇을 할 줄 아는가입니다. 앱을 설치하고, 계정을 만들고, 인증을 통과하고, 설정을 바꾸는 일입니다. 여기서 56.2%라는 절반짜리 점수가 나옵니다. 2층이 무너지면 1층이 아무리 튼튼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3층은 활용입니다. 그 기능으로 실제 생활의 문제를 푸는가입니다. 정부24에서 서류를 떼고, 보험료를 비교하고, 진료 예약을 잡고, 중고 거래로 물건을 파는 일입니다. 3층까지 올라가야 디지털이 비용을 줄여 주기 시작합니다. 3층에 못 올라가면 오히려 비용이 늘어납니다. 같은 서비스를 오프라인 가격으로 쓰게 되니까요.

층마다 필요한 지원이 다릅니다

1층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기기와 요금제가 필요합니다. 2층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반복 실습과 곁에서 기다려 주는 사람이 필요하고요. 3층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이 서비스를 쓰면 얼마가 절약된다"는 구체적인 이유가 필요합니다. 세 가지를 한 프로그램에 뭉뚱그려 넣으면 아무에게도 맞지 않는 교육이 됩니다.

실제로 지자체 디지털 배움터 수강생 만족도를 뜯어보면, 만족도가 낮게 나오는 강좌는 강사의 문제가 아니라 수강생의 층이 뒤섞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 교실에 이미 카카오톡으로 손주 사진을 주고받는 분과 화면 잠금 해제부터 막히는 분이 같이 앉아 있으면, 진도는 둘 중 누구에게도 맞지 않게 됩니다. 사전에 층을 나누는 간단한 진단 문항 다섯 개만 있어도 결과가 달라집니다.

세대별 디지털 활용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어긋나는 지점이 여기 있습니다. 중장년 세대를 돕겠다며 "스마트폰 사용법 교육"을 열면 대개 2층 내용으로 채워집니다. 카메라 켜기, 문자 보내기, 앱 내려받기. 정작 생활비를 좌우하는 것은 3층인데 말입니다. 반대로 청년 세대는 3층은 능숙하지만 2층의 보안 설정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습니다. 격차는 한 방향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디지털 접근성과 정보 접근권이 왜 별개의 문제인지 궁금하시다면 관련 내용을 더 자세히 정리해 두었으니 함께 보시면 이해가 빠릅니다.

생성형 AI가 격차를 다시 벌리는 이유

한 줄로 요약하면, 간신히 좁혀 온 격차 위에 새로운 격차가 얹히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서 국민의 44.5%가 생성형 AI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전년 대비 11.2%p 늘어난 수치입니다. 그런데 연령대별로 쪼개 보면 표정이 달라집니다. 60대의 생성형 AI 이용율은 6.3%, 70대 이상은 0.7%였습니다. 전체 평균 44.5%와 70대 0.7% 사이에는 60배가 넘는 거리가 있습니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왜 안 쓰는가"에 대한 답이 세대마다 완전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연령대미이용 이유 1순위비율
12~19세관심 또는 필요성 부재68.2%
20대관심 또는 필요성 부재56.0%
60대이용 방법을 몰라서25.3%
70대 이상이용 방법을 몰라서26.1%

청년층은 "안 쓴다"이고 고령층은 "못 쓴다"입니다. 이 둘은 겉보기에 같은 미이용이지만 정책적으로는 정반대의 처방이 필요합니다. 앞의 경우는 쓸 이유를 만들어 주는 문제고, 뒤의 경우는 진입 문턱을 낮추는 문제니까요. 그런데 현장에서는 두 숫자를 합쳐 "AI 이용률 44.5%"라는 한 줄로 보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디지털 격차를 좁히는 데 들인 노력이 있습니다. 공공 와이파이, 어르신 스마트폰 교실, 키오스크 배려 모드. 그렇게 접근 수준을 95.4%까지 끌어올렸는데, 생성형 AI라는 새 층이 하나 더 생기면서 출발선이 다시 그어진 셈입니다. 그리고 이번 층은 학습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1년에 11.2%p씩 움직이는 기술이라면, 따라잡기를 시작하는 시점이 1년만 늦어도 거리는 두 배가 됩니다.

세대가 서로 배우는 디지털 생활 4단계

한 줄로 요약하면, 가르치는 구조가 아니라 교환하는 구조로 바꿔야 합니다.

1단계 — 우리 집 격차부터 측정합니다

앞의 배달앱 실험을 집에서 그대로 해 보셔도 좋습니다. 가족이 같은 과제를 각자 수행하고 걸린 시간과 최종 금액을 적습니다. 과제는 세 가지면 충분합니다. 첫째, 같은 상품을 최저가로 결제하기. 둘째, 정부24에서 주민등록등본 발급하기. 셋째, 문자로 온 링크가 사기인지 판별하기. 이 세 가지는 각각 3층(활용), 3층(공공), 2층(보안)에 해당합니다. 어느 층이 약한지가 숫자로 나옵니다.

2단계 — 교육이 아니라 대리 수행부터 끊습니다

가장 흔한 실수가 자녀가 부모 대신 앱을 눌러 주는 겁니다. 그 순간 문제는 해결되지만 역량은 그대로 0입니다. 대신 "옆에서 보되 손은 대지 않기"를 규칙으로 정합니다. 화면을 어디에서 멈추는지 관찰하면, 막히는 지점이 대개 두세 군데로 좁혀집니다. 대부분은 본인 인증, 약관 동의, 결제 수단 등록 이 세 곳입니다.

3단계 — 막히는 지점만 골라 반복합니다

전체 사용법을 처음부터 가르치려고 하면 실패합니다. 2단계에서 찾아낸 두세 군데만 반복합니다. 본인 인증이 막힌다면 그 화면만 다섯 번 연습하는 식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공 경험의 밀도입니다. 한 번에 다 배우는 것보다, 한 가지를 다섯 번 성공하는 쪽이 훨씬 오래 남습니다.

4단계 — 방향을 뒤집어 한 가지는 배웁니다

이 단계를 건너뛰면 앞의 세 단계가 오래가지 않습니다. 부모 세대가 자녀에게 가르칠 수 있는 디지털 항목을 하나 정합니다. 의외로 많습니다. 전화로 민원 처리하기, 종이 영수증 보관 체계, 계약서에서 독소 조항 찾아 읽기, 금융 상품 약관 비교하기. 이건 디지털 이전의 역량이지만 디지털 환경에서 더 중요해진 것들입니다. 교환이 성립하면 학습은 훨씬 오래 지속됩니다. 일방적으로 배우는 자리에 계속 앉아 있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FAQ

세대별 디지털 활용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해소되지 않나요? 부분적으로만 그렇습니다. 지금의 40대가 70대가 되면 현재 70대보다 역량이 높은 것은 맞습니다. 다만 기술은 멈춰 있지 않습니다. 생성형 AI 이용률이 1년에 11.2%p씩 움직이는 것처럼, 새로운 층이 계속 얹힙니다. 격차의 대상이 바뀔 뿐 격차 자체는 세대를 따라 이동합니다.
고령층 디지털 교육을 받았는데도 잘 안 늘어요. 왜 그럴까요? 교육 내용이 대부분 역량(2층)에 머물러서 그렇습니다. 앱 설치나 문자 전송을 배워도 생활에서 반복해 쓸 일이 없으면 두 주면 잊습니다. 반대로 매달 반드시 해야 하는 일, 예를 들어 관리비 납부나 처방전 확인을 앱으로 바꾸면 사용 빈도가 학습을 대신합니다. 배운 뒤에 쓸 일을 만들어 주는 쪽이 순서가 맞습니다.
청년층은 디지털 격차와 무관한가요? 아닙니다. 청년층의 취약 지점은 보안 설정과 공공 서비스 이용입니다. 앱 사용은 능숙하지만 2단계 인증을 꺼 두거나, 각종 지원금·공제 제도를 몰라서 신청하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활용 능력이 높다는 것과 손해를 안 본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생성형 AI는 고령층에게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가능성은 큽니다. 복잡한 메뉴 구조를 거치지 않고 말로 물어보면 되니까요. 다만 지금 구조에서는 AI 서비스에 접근하는 단계 자체가 앱 설치와 계정 로그인을 요구합니다. 문턱을 넘은 사람에게만 문턱을 낮춰 주는 셈입니다. 공공 서비스에 음성 기반 AI가 기본 탑재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 살지 않는 경우엔 어떻게 하나요? 원격 지원 기능을 쓰되 조작 권한을 넘기지 않는 방식이 좋습니다. 화면 공유만 켜 놓고 말로 안내하는 식입니다. 손을 대 주면 그 순간은 편하지만 다음에 또 전화가 옵니다. 지자체 디지털 배움터나 주민센터 방문 교육을 병행하면 반복 학습 기회를 만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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