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디지털 서비스, 어떤 앱부터 깔아야 할까요?
공공 디지털 서비스를 제대로 쓰는 출발점은 앱을 더 까는 것이 아니라 이미 깔린 앱을 줄이는 것입니다. 행정안전부가 2025년에 283개 기관이 운영하는 공공앱 607개를 성과평가한 결과, 57개는 아예 폐기 권고를 받았습니다. 전년의 83개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열 개 중 한 개꼴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휴대폰에 깔린 공공앱 중 상당수는 만든 기관조차 유지할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서비스라는 뜻인데요. 반대로 정부24·안전신문고처럼 실제로 쓸모가 검증된 서비스는 소수입니다. 이 글은 공공앱이 왜 이렇게 많아졌는지, 2026년 기준으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울지, 그리고 앱 없이도 같은 일을 처리하는 경로가 있는지를 정리했습니다.
목차
- 공공 디지털 서비스, 어떤 앱부터 깔아야 할까요?
- 어머니 휴대폰에서 공공앱 11개를 지운 날
- 공공앱은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요
- 2025년 공공앱 성과평가는 무엇을 보나요
- 남길 만한 공공 디지털 서비스와 지워도 되는 것
- 앱을 깔지 않고 공공서비스를 쓰는 방법
- 공공 디지털 서비스에서 자주 막히는 세 구간
- 공공 디지털 서비스 정리 생활 4단계
- FAQ
-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어머니 휴대폰에서 공공앱 11개를 지운 날
지난봄 어머니 휴대폰 저장공간이 꽉 찼다는 연락을 받고 앱 목록을 훑어봤습니다. 공공기관이 만든 앱이 열한 개 깔려 있었습니다. 시청 앱, 구청 앱, 도청 관광 앱, 지역화폐 앱, 상수도 앱, 보건소 걷기 앱, 도서관 앱, 재난 관련 앱 두 개, 그리고 이름만 봐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앱이 두 개였습니다.
설치 경로를 물으니 대답이 한결같았습니다. 주민센터에서 직원이 깔아줬다, 보건소 행사에서 사은품 받으려고 깔았다, 지역화폐 쓰려면 필요하다고 해서 깔았다. 실제로 최근 3개월 안에 열어본 앱은 지역화폐 앱 하나뿐이었습니다. 나머지 열 개는 마지막 실행 기록이 1년 넘게 비어 있었고, 그중 세 개는 로그인 화면에서 본인인증 방식이 바뀌었다며 진행이 막혔습니다. 기관이 인증 체계를 바꾸는 동안 앱 업데이트는 따라가지 못한 겁니다.
더 곤란한 건 알림이었습니다. 열한 개 앱이 각자 푸시 알림을 보내니 하루에 스무 개 넘는 알림이 쌓였고, 정작 중요한 재난 알림은 그 사이에 묻혔습니다. 어머니는 "알림이 하도 오니까 이제 안 본다"고 하셨습니다. 이게 공공 디지털 서비스가 실패하는 전형적인 방식입니다. 서비스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는 상태요.
그날 여덟 개를 지웠습니다. 지우면서 확인한 건, 지운 앱이 하던 일 대부분을 정부24 웹이나 지역화폐 앱 하나로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한 달쯤 뒤에 다시 여쭤보니 "휴대폰이 빨라졌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실제로 속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화면에서 찾아야 할 아이콘이 줄었다는 감각은 분명했던 것 같습니다. 디지털 격차를 좁히는 일이 늘 새로운 기능을 가르치는 방향일 필요는 없습니다. 쓸 것을 줄여서 기억해야 할 것을 줄이는 방향이 더 잘 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공앱은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요
한 줄로 말하면 앱을 만드는 쪽의 유인과 쓰는 쪽의 필요가 어긋나 있기 때문입니다.
공공기관에서 앱은 성과로 잡히기 쉬운 결과물입니다. 사업 계획서에 "모바일 서비스 구축"이라고 쓰면 예산이 배정되고, 완성하면 보도자료가 나가고, 실적으로 집계됩니다. 그런데 앱을 운영하고 유지보수하는 일은 성과로 잡히지 않습니다. 새로 만드는 데는 인센티브가 있고 계속 돌보는 데는 없으니, 앱은 계속 태어나고 거의 죽지 않습니다.
기관 단위로 쪼개진 구조도 영향을 줍니다. 같은 주민이 이용하는 서비스인데도 상수도는 시, 보건은 보건소, 도서관은 문화재단, 교통은 교통공사가 각각 앱을 만듭니다. 주민 입장에서는 하나의 생활인데 행정 입장에서는 일곱 개의 조직입니다. 그 결과가 앞서 본 607개라는 숫자입니다. 중앙부처 32곳이 107개, 지자체 119곳이 263개, 시·도 교육청 12곳이 26개, 공공기관 120곳이 211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역별 중복이 겹칩니다. 인접한 두 시가 거의 같은 기능의 관광 앱을 각각 발주하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이용자 규모는 작은데 개발비와 유지비는 각각 나가니, 앱 하나당 체감 비용이 커집니다.
2025년 공공앱 성과평가는 무엇을 보나요
행정안전부는 매년 중앙부처·지자체·교육청·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모바일 대민서비스 앱을 대상으로 성과를 평가하고 결과를 공개합니다. 평가는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쓰이느냐를 봅니다.
| 평가 축 | 주로 보는 것 | 결과로 이어지는 판정 |
|---|---|---|
| 이용 실적 | 다운로드 대비 실사용자, 최근 접속 추이 | 이용이 미미하면 폐기 권고 |
| 유지관리 | 최신 OS 대응, 보안 업데이트, 장애 대응 | 방치 상태면 개선 권고 |
| 중복성 | 웹·타 기관 앱과 기능이 겹치는지 | 통합 또는 웹 전환 권고 |
| 이용자 만족 | 스토어 평점, 민원·오류 신고 | 낮으면 개선 과제 부여 |
2025년 평가에서 폐기 권고를 받은 앱은 57개였습니다. 직전 해 83개에서 줄어든 수치이고, 기관들이 자체 정비를 진행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다만 폐기 권고가 곧바로 삭제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권고를 받고도 운영을 이어가는 사례가 있고, 스토어에서 내려도 이미 설치된 휴대폰에는 그대로 남습니다. 결국 마지막 정리는 이용자 몫으로 돌아옵니다.
평가 결과는 행정안전부 누리집에 기관명과 앱 이름까지 공개됩니다. 내 휴대폰에 있는 앱이 목록에 있는지 한 번쯤 확인해볼 만합니다.
남길 만한 공공 디지털 서비스와 지워도 되는 것
판단 기준은 간단합니다. 전국 단위로 쓰이고, 대체 경로가 없고, 최근 1년 안에 실제로 열어봤는가입니다. 세 가지 중 둘 이상을 만족하면 남기고, 하나도 해당하지 않으면 지워도 생활에 지장이 없습니다.
| 구분 | 서비스 | 남길 이유 |
|---|---|---|
| 필수 | 정부24 | 주민등록등본·가족관계증명서 등 대부분의 민원 발급이 여기로 모입니다 |
| 필수 | 안전신문고 | 도로 파손·불법 주정차·생활 위험 신고가 사진 한 장으로 접수됩니다 |
| 권장 | 모바일 신분증 | 관공서·공항·병원에서 실물 신분증을 대체합니다 |
| 권장 |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 할인·환급이 실제 금액으로 돌아옵니다 |
| 선택 | 보건소 건강앱 | 프로그램에 참여 중일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
| 정리 대상 | 단일 행사·캠페인 앱 | 행사가 끝나면 기능이 남지 않습니다 |
| 정리 대상 | 기관 홍보형 앱 | 같은 내용이 홈페이지와 SNS에 있습니다 |
정리 대상 판단이 애매하다면 앱을 지우기 전에 해당 기관 홈페이지에서 같은 기능을 찾아보면 됩니다. 대부분은 웹에 동일한 메뉴가 있습니다. 앱에만 있고 웹에 없는 기능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앱을 깔지 않고 공공서비스를 쓰는 방법
최근 몇 년 사이 정부가 택한 방향은 앱을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쓰는 앱 안으로 공공서비스를 밀어 넣는 것입니다. 디지털서비스 개방이라고 부르는 방식인데요, 네이버·카카오·토스 같은 민간 앱에서 공공 마이데이터와 민원 서비스를 바로 처리하도록 연결하는 구조입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새로 배울 게 없다는 점입니다. 이미 매일 쓰는 앱의 인증 수단과 화면 흐름을 그대로 쓰니, 고령층이 새 앱의 회원가입과 본인인증을 통과하느라 막히는 구간이 사라집니다. 앞서 본 어머니의 경우에도 지운 앱이 하던 증명서 발급·요금 조회 기능은 평소 쓰던 금융앱 안에서 해결됐습니다.
병행해서 봐야 할 게 디지털 역량 교육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운영하던 디지털배움터는 지자체 자율 사업으로 이관되면서 지역마다 모습이 달라졌습니다. 서울시는 이를 AI 활용 교육 중심으로 개편했고, 대전시처럼 AI디지털배움터와 체험존을 함께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 교육 내용이 문서 작성 수준을 넘어 생성형 AI 활용, 공공서비스 이용, 디지털 안전·윤리까지 넓어진 셈인데요. 다만 지자체 재량이 커진 만큼 사는 지역에 따라 교육 기회가 달라지는 새로운 격차가 생길 가능성도 함께 커졌습니다.
공공 디지털 서비스에서 자주 막히는 세 구간
앱을 줄이고 나서도 이용이 매끄러워지지 않는다면, 대개 아래 세 구간 중 하나에서 걸립니다.
본인인증 — 가장 많이 멈추는 지점
공동인증서, 금융인증서, 간편인증, 패스 인증이 기관마다 다르게 요구됩니다. 한 기관에서 쓰던 방식이 다른 기관에서는 지원되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발급받는 일이 반복됩니다. 실무적으로는 간편인증 하나를 주력으로 정해두고 그 방식이 지원되는 경로부터 시도하는 편이 시간을 아낍니다. 인증이 두 번 연속 실패하면 그 앱은 잠시 접고 웹이나 창구로 우회하는 게 낫습니다.
행정 용어 — 무슨 서류인지 모르는 문제
"주민등록표 등본"과 "초본"의 차이, "가족관계증명서 상세"와 "일반"의 차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발급 화면에서 선택을 잘못하면 제출처에서 반려되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요구하는 쪽에 서류 이름과 옵션을 문자로 받아두는 습관 하나로 이 반복이 크게 줄어듭니다.
접근성 — 화면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
글자 크기를 키우면 버튼이 화면 밖으로 밀려나거나, 스크린리더가 버튼 이름을 "버튼"이라고만 읽는 앱이 여전히 있습니다. 이건 이용자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만든 쪽이 고쳐야 하는 문제인데요. 이런 앱을 만나면 스토어 리뷰보다 해당 기관 민원 창구나 국민신문고에 구체적으로 적어 보내는 편이 실제 개선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어떤 화면에서 어떤 동작이 막혔는지를 한 줄로 적어주면 담당자가 재현할 수 있습니다.
공공 디지털 서비스 정리 생활 4단계
1단계 — 목록부터 펼칩니다
설정에서 앱 목록을 최근 사용순으로 정렬합니다. 안드로이드는 설정 > 애플리케이션, 아이폰은 설정 > 일반 > iPhone 저장 공간에서 마지막 사용일을 볼수 있습니다. 1년 넘게 열지 않은 공공앱을 따로 적어둡니다.
2단계 — 대체 경로를 확인합니다
지우기 전에 그 앱이 하던 일을 어디서 대신할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증명서는 정부24 웹, 신고는 안전신문고, 요금 조회는 해당 기관 홈페이지나 금융앱 순으로 찾아보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대체 경로를 즐겨찾기에 먼저 저장한 뒤 지우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3단계 — 알림을 정리합니다
남긴 앱도 알림은 다시 설정합니다. 재난·안전 알림은 켜두고, 홍보성 알림은 끕니다. 알림이 하루 다섯 개 이하로 줄어야 중요한 알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단계를 건너뛰면 앱을 줄여도 체감 피로가 그대로입니다.
4단계 — 대면 창구를 함께 기억합니다
디지털 경로가 전부일 필요는 없습니다. 주민센터 무인민원발급기, 전화 상담, 방문 창구는 여전히 유효한 경로입니다. 특히 본인인증이 막히는 상황에서는 창구가 가장 빠릅니다. 가족 중 누군가의 인증이 자주 막힌다면, 자주 쓰는 민원 두세 가지의 오프라인 대체 경로를 미리 메모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FAQ
공공앱을 지우면 나중에 불이익이 있나요?
대부분 없습니다. 공공앱은 행정 처분이나 자격과 연결되지 않는 정보 제공·편의 서비스가 다수입니다. 다만 지역화폐 잔액, 보건소 프로그램 참여 기록처럼 앱 안에 데이터가 쌓이는 경우가 있으니 지우기 전에 잔액과 진행 상황만 확인하면 됩니다. 재설치하면 계정 기준으로 복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폐기 권고를 받은 앱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행정안전부가 매년 공공앱 운영 성과평가 결과를 누리집 보도자료와 정책자료 게시판에 공개합니다. 기관명과 앱 이름이 포함된 목록이 첨부되므로 검색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목록에 없더라도 최근 업데이트가 2년 이상 멈춘 앱은 사실상 방치 상태로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고령의 부모님 휴대폰은 어디까지 정리해드리는 게 좋을까요?
본인 동의 없이 지우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앱 하나하나를 함께 열어보면서 "이건 뭘 할 때 쓰세요?"를 물어보는 과정 자체가 교육이 됩니다. 실제로 쓰는 앱이 무엇인지 본인이 확인하고 나면 정리 속도가 빨라집니다. 지운 뒤에는 남긴 앱의 위치를 첫 화면에 정리해두는 것까지 해드리면 좋습니다.민간 앱에서 공공서비스를 쓰면 개인정보는 안전한가요?
디지털서비스 개방 방식은 민간 앱이 공공 데이터를 보관하는 구조가 아니라, 인증 이후 필요한 항목만 조회해 화면에 보여주는 구조입니다. 다만 어떤 항목이 조회되는지 동의 화면에서 확인하는 습관은 필요합니다. 동의 범위가 서비스 목적과 무관하게 넓다면 그 경로는 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디지털배움터는 지금도 무료인가요?
기본 교육 과정은 무료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과기정통부 사업에서 지자체 자율 사업으로 이관되면서 운영 기관·기간·과정이 지역마다 달라졌습니다. 거주 지역 지자체 누리집이나 주민센터에서 올해 운영 계획을 확인하는 게 정확합니다.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출처
- 2025년 공공앱 운영 성과평가 결과 공개 (행정안전부)(GovernmentService)
- "이런 앱이 있었어?"…사용률 낮은 공공앱 83개 폐기권고(NewsArticle)
- 디지털서비스 개방 포털(GovernmentService)
- 서울시, 'AI를 쓰는 도시'로 도약… 디지털배움터 전면 개편(GovernmentService)
- 디지털 공공서비스 혁신 길잡이 가이드북 (행정안전부)(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