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관리 앱은 무엇을 보고 골라야 하나요?
출발점은 "어디에 저장되는가"와 "무료로 어디까지 되는가" 두 가지입니다. 비밀번호 관리 앱은 계정마다 다른 긴 비밀번호를 만들어 암호화된 금고에 넣어 두고 로그인할 때 자동으로 채워 넣는 도구입니다. 비트워든은 무제한 기기에 무료로 쓸 수 있고 프리미엄도 연 10달러 수준입니다. 1패스워드는 무료 플랜 없이 개인 요금제가 연 42달러대로 올랐습니다. 크리덴셜 스터핑은 같은 비밀번호를 여러 사이트에 돌려쓰다 한 곳이 뚫리면 나머지가 연쇄로 털리는 공격입니다. 국내에서도 한 쇼핑몰에서만 9개월간 158만 건이 유출된 사례가 있습니다. 비용을 따지기 전에 이 연쇄를 끊을 수 있는지부터 봅니다.
목차
- 비밀번호 세 개로 버티던 사람의 이야기
- 비밀번호 관리 앱은 무엇을 하는 도구인가요
- 무료로 어디까지 되나요
- 브라우저 내장 기능으로는 부족한가요
- 패스키 시대에도 관리 앱이 필요한가요
- 처음 옮겨 갈 때 겪는 네 가지 문제
- FAQ
-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비밀번호 세 개로 버티던 사람의 이야기
지난해 디지털 생활 조사 인터뷰에서 만난 40대 직장인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비밀번호를 세 개만 쓰고 있었습니다. 은행과 공공기관용 하나, 쇼핑몰용 하나, 나머지 전부에 쓰는 하나였습니다. 쇼핑몰용 비밀번호는 10년 전 가입한 커뮤니티에서부터 그대로였습니다.
전혀 모르는 해외 쇼핑 사이트에서 결제 알림이 오면서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그 사이트는 가입한 적조차 없었습니다. 추적해 보니 오래전 탈퇴했다고 생각한 사이트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새어 나갔습니다. 그 조합을 다른 사이트에 자동으로 대입해 보는 공격에 걸린 것이었습니다. 비밀번호가 약해서가 아니라 같은 걸 돌려썼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그 뒤 그가 한 일은 단순했습니다. 비밀번호 관리 앱을 하나 깔고 주말 이틀에 걸쳐 자주 쓰는 사이트 서른 곳의 비밀번호를 전부 바꿨습니다. 외우는 비밀번호는 이제 하나입니다. 금고를 여는 마스터 비밀번호 하나뿐입니다. 나머지는 사람이 외울 수 없는 스무 자리 난수로 바뀌었코 그래서 돌려쓸 방법도 없어졌습니다.
비밀번호 관리 앱은 무엇을 하는 도구인가요
하는 일은 네 가지입니다. 사이트마다 다른 무작위 비밀번호를 만들어 주고 그 비밀번호를 암호화해 보관합니다. 로그인 화면에서는 저장해 둔 값을 자동으로 채워 넣습니다. 그리고 유출된 계정 목록에 내 아이디가 올라왔는지 알려 줍니다.
구조를 하나만 알아 두면 됩니다. 제로 널리지라고 부르는 방식입니다. 금고를 여는 열쇠는 마스터 비밀번호에서 만들어지고 그 과정은 내 기기 안에서만 일어납니다. 서버에는 이미 잠긴 금고만 올라가므로 서비스 회사도, 서버를 털어 간 공격자도 내용을 볼 수 없습니다. 대신 마스터 비밀번호를 잊으면 회사도 복구해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복구 코드를 종이에 적어 따로 보관하라는 안내가 붙습니다.
자동 채움은 편의 기능처럼 보이지만 보안 기능이기도 합니다. 관리 앱은 저장된 주소와 지금 열린 페이지의 주소가 일치할 때만 비밀번호를 내놓습니다. 진짜처럼 꾸민 가짜 로그인 페이지에서는 자동 채움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뜨지 않으면 그 자체가 피싱 경고입니다.
네 번째 기능인 유출 점검은 생각보다 쓸모가 큽니다. 공개된 유출 데이터베이스와 내 금고 속 아이디를 대조해 "이 계정은 어느 사고에 포함됐다"고 알려 줍니다. 대부분은 내가 잊고 있던 오래된 서비스에서 걸립니다. 알림이 뜨면 그 계정의 비밀번호를 바꾸거나 쓰지 않는 서비스라면 탈퇴하면 됩니다. 같은 화면에서 재사용 중인 비밀번호와 지나치게 짧은 비밀번호 목록도 함께 보여 주므로 어디부터 손댈지 정하기 쉽습니다.
무료로 어디까지 되나요
가격 구조는 서비스마다 크게 다릅니다. 2026년 기준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 구분 | 비트워든 | 1패스워드 | 브라우저·OS 내장 |
|---|---|---|---|
| 무료 플랜 | 있음(기기·항목 무제한) | 없음(체험 14일) | 있음 |
| 개인 유료 | 연 10달러 수준 | 연 42달러 수준 | 해당 없음 |
| 가족 요금제 | 연 40달러 선 | 5인 연 60달러 선 | 해당 없음 |
| 소스 공개 | 공개, 외부 감사 진행 | 비공개 | 비공개 |
| 패스키 저장 | 지원 | 지원 | 지원 |
비트워든의 무료 플랜이 넉넉한 편입니다. 기기 수와 저장 항목에 제한이 없어 개인이 쓰기에는 유료로 올릴 이유가 당장은 없습니다. 유료로 올리면 파일 첨부와 보안 점검 보고서, 하드웨어 보안키 지원이 더해집니다. 1패스워드는 2026년에 요금을 한 차례 올렸고 무료 플랜이 없습니다. 대신 인터페이스가 잘 다듬어져 있고 가족 공유와 여행 모드 같은 기능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고르는 기준은 간단합니다. 비용을 한 푼도 들이고 싶지 않고 암호화 구현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비트워든입니다. 가족 전체가 쓰고 설정을 최대한 손대고 싶지 않다면 1패스워드가 편합니다. 어느 쪽이든 제품 선택보다 돌려쓰기를 끝내는 것이 먼저입니다.
요금만으로 결정하기 애매하다면 한 가지를 더 따져볼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내보낼 수 있는가입니다. 표준 형식으로 내보내기를 지원하면 나중에 다른 서비스로 옮기기 쉽습니다. 반대로 내보내기가 막혀 있거나 자체 형식만 지원하는 서비스는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어렵습니다. 몇 해를 쓸 도구이니 들어가기 전에 떠날 수 있는지를 확인해 둡니다. 국내 서비스 중에도 비밀번호 보관 기능을 내세운 앱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제로 널리지 구조를 명시하는지, 보안 감사 결과를 공개하는지를 같은 기준으로 봅니다.
브라우저 내장 기능으로는 부족한가요
크롬과 사파리, 엣지에는 비밀번호 저장 기능이 들어 있습니다. 삼성 갤럭시에는 삼성 패스가 있습니다. 공짜이고 따로 설치할 것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안 쓰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다만 한계가 셋 있습니다.
- 생태계를 벗어나면 끊깁니다. 아이폰과 윈도 노트북을 함께 쓰는 사람은 사파리 키체인과 크롬 저장소가 따로 놀아 결국 어느 한쪽에서 기억을 더듬게 됩니다.
- 앱 안에서는 자동 채움이 약합니다. 브라우저 밖 네이티브 앱 로그인에서는 지원 범위가 들쭉날쭉합니다.
- 공유와 점검 기능이 없습니다. 가족에게 넷플릭스 비밀번호를 안전하게 넘기거나 재사용 중인 비밀번호를 목록으로 뽑아 보는 기능은 대부분 없습니다.
기기를 한 생태계로 통일해 쓰고 계정 수가 많지 않다면 내장 기능으로 충분합니다. 반대로 업무용과 개인용 기기가 섞여 있거나 계정이 백 개를 넘어가면 전용 앱 쪽이 관리 비용을 줄여 줍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내장 기능과 전용 앱을 동시에 켜 두는 상태가 가장 불편합니다. 로그인 화면에서 저장 제안이 두 번 뜨고 서로 다른 비밀번호가 저장돼 나중에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게 됩니다. 전용 앱으로 옮기기로 했다면 브라우저의 비밀번호 저장 기능부터 설정에서 꺼 둡니다. 정리는 거기서 시작됩니다.
패스키 시대에도 관리 앱이 필요한가요
패스키는 비밀번호 없이 기기의 생체인증으로 로그인하는 방식입니다. 비밀번호 자체가 없으니 유출될 것도 없고 피싱에도 강합니다. 그렇다면 관리 앱은 필요 없어지는 걸까요. 당분간은 아닙니다. 이유가 두 가지 있습니다.
먼저 전환 속도입니다. 패스키를 지원하는 사이트가 늘고 있지만 국내 서비스 상당수는 아직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쓰고 있습니다. 오래된 계정일수록 그렇습니다. 저장 위치도 걸립니다. 패스키 자체도 어딘가에 저장돼야 하는데 기기에만 두면 그 기기를 잃어버렸을 때 곤란해집니다. 비트워든과 1패스워드 모두 패스키 저장을 지원하므로 금고 하나에 비밀번호와 패스키를 함께 담아 두는 구성이 현실적입니다.
패스키는 관리 앱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리 앱 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금 앱을 고를 때 패스키 지원 여부를 확인해 두면 몇 해 뒤에 다시 옮기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처음 옮겨 갈 때 겪는 네 가지 문제
1단계는 마스터 비밀번호 정하기입니다. 길고 외우기 쉬운 문장형을 권합니다. 서로 관계없는 단어 네다섯 개를 이어 붙이는 방식이 짧고 복잡한 조합보다 안전하고 기억에도 남습니다. 이것 하나만큼은 종이에 적어 집 안 안전한 곳에 두는 편이 낫습니다.
2단계는 가져오기입니다. 브라우저에 저장된 비밀번호를 파일로 내보내 관리 앱에 올립니다. 이때 내보낸 파일은 암호화되지 않은 평문입니다. 가져오기가 끝나면 그 파일을 반드시 삭제하고 휴지통까지 비웁니다. 여기서 사고가 가장 많이 납니다.
3단계는 우선순위입니다. 수백 개를 한 번에 바꾸려다 보면 사흘 만에 포기합니다. 메일 계정, 금융, 주 사용 쇼핑몰, 그리고 본인 인증 수단으로 쓰이는 통신사 계정 순으로 스무 개 정도만 먼저 바꿉니다. 메일을 가장 먼저 두는 이유는 메일이 뚫리면 다른 서비스의 비밀번호 재설정까지 전부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4단계는 2차 인증 켜기입니다. 관리 앱을 깔아도 마스터 비밀번호 하나로만 잠겨 있으면 그 하나가 약점이 됩니다. 인증 앱이나 보안키로 2차 인증을 걸어 둡니다. 다만 조심할 게 있습니다. 2차 인증 코드를 같은 관리 앱 안에 넣어 두면 금고가 열릴 때 두 겹이 동시에 열립니다. 중요한 계정의 2차 인증만큼은 다른 앱이나 기기에 분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네 단계를 마치는 데 보통 주말 하루면 충분합니다. 나머지 계정은 급하게 바꾸지 않아도 됩니다. 평소 로그인할 때마다 관리 앱이 "새 비밀번호로 바꾸시겠습니까"라고 물어 오므로 그때그때 교체하면 몇 달에 걸쳐 자연스럽게 정리됩니다. 한꺼번에 끝내려다 지치는것보다 이 방식이 끝까지 갑니다.